1. 다 똑같이 살아야 할까
얼마 전 다른 과 친구를 만나 밥 먹으면서 대화를 했다.
그 친구는 대학 생활 외에도 다양한 걸 시도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나는 학업만으로도 삶이 충분히 바빴기에.. (성적을 잘 받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놔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 친구 왈, 그동안 고등학교에서는 다들 대학에 가는 분위기인지라, 고등학생이라는 집단의 특성에 휩쓸려 대학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집단의 특성'
나는 개성 있는 사람이 되고픈데, 나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잘 받는 민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학기는 우리과 친구들보다는 다양한 환경 속의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
2. 정말 중요한 건
우리과는 대부분 칼졸을 하는 편이다. 그것도 쉽지 않은 게, 4학년이 되면 임용 시험을 준비하기에 학점을 적게 들어서. 저학년 때부터 학점을 꽉꽉 채워 듣는 경우가 많다.
내가 '창업을 해보겠다, 워홀을 가보고 싶다, 블로그도 하나 해보려 한다'라고 하고 싶은 도전들을 말하자, '빨리 졸업해야지 굳이 왜?', '돈 시간 낭비하고 고생만 할 듯', '언니 기부천사야?'(ㅎㅎㅎ)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같은 등록금 내고 적은 학점 듣겠다고 하니, 비용적인 측면에서 내가 손해를 볼 수 있기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진짜 칼졸이 중요할까?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중요하다고 여기고 얻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집착까지 했던 것들이 나중에는 나에게 필요 없어지는 경우가 꽤 있다.
과연 칼졸해서 임용을 빠르게 합격하는 것이, 정말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중요한 것일까.
나는 심지어 지금 시급이 꽤 높다. 과외를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잘^^ 가르치는 것 같다. 그래. 난 똑똑하다.
난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잘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아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간 알바를 하다,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돈 때문이 아니다. 그 당시 내 시급이 최저임금이어서가 아니다.
난 내가 똑똑한 듯한데,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음식 서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쉬워서다. (나는 어리버리가 심하고 몸이 둔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나름 잘 맞았지만,, 점점 질려갔다. (난 뭐하나 오래 못하기에 ㅋㅋㅋㅋ 수능 공부는 과목 수 자체가 많아서 질리지는 않았다^^b)
나중에 추가 학기를 듣게 되더라도, 난 그 돈을 낼 여력이 된다. 나는 추가 학기 비용+생활비+월세를 낼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다.
난 달에 200 벌어도 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도 괜찮다.
아직 내가 어려서, 철이 없어서, 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잠 못자서 건강 잃어가고 인간관계와 학업에 스트레스 받으며 꾸역꾸역 칼졸해서 임용을 치르든, 대학원을 바로 가든 했을 때
그래서.. 최상의 시나리오가 뭔데?
기껏해야 교수다. 기껏해야 대기업 사원. 기껏해야 그 워라밸 보장되었다는 선생님.
3. 사람마다 맞는 삶의 방식이 있으니까, 직업은 인생의 목표가 아닌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니까.
세 가지 모두 내가 원하는 직업은 아니다. 애초에 교사 하고 싶어서 왔던 과도 아니다. 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쏟아붓고 그만큼 성과를 얻는 것을 좋아해서. 반복적인 것,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안정적인 것을 난 굉장히 지루해하고, 1-2년 하면 지루해한다.
이전에는 이런 내가 문제라 생각하고, 고치려 했으나 나 자신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지금으로서는 결론 내렸다.
오히려 이 불안정한 시대에,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대에. 내가 축복받은 건 아닐까?
AI에게 가장 위협 받는 직업이 의사, 변호사, 판사라는 말도 있는데. '주변집단의 특성'에 영향을 받아 의대에 간, 로스쿨에 간 이들은 나중에 자신의 선택에 만족할까?
내가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재 아니냐면서~~ 막이래^^~~
4. 결론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죽은 물고기만이 강의 흐름을 따라간다."
내가 타인의 말들에 휘둘리지 않는, 주관적인 가치와 기준을 세워, 그에 따라 사는. 남들보다 못나더라도 내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활기찬 물고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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